“흑돼지에 줄 서고, 카페에 앉고, 리뷰로 결정한다”.. 해외 소셜이 그린 제주 미식의 미래
소셜(Social) 데이터는 욕망의 지도를 드러냈습니다. 제주 관광의 다음 좌표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해외 이용자들이 분명한 답을 말했습니다. 2023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2년 동안 ‘제주+먹다’, ‘제주+여행+먹다’ 키워드로 포착한 해외 게시물만 모두 3만 5,000건을 넘었습니다. 일본은 아이돌이 남긴 흔적이 소비 동선을 움직였고, 대만은 카페의 오후가 체류 시간을 늘렸으며 싱가포르는 리뷰 신뢰가 선택의 기준이 됐습니다. 데이터는 취향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제주 관광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전략 지도’였습니다. 제주는 이미 흑돼지·커피·귤이라는 자산을 쥐고 있었고, 그것을 시간과 신뢰로 전환하는 전략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될 때, 제주는 아시아 관광시장에서 독보적인 미식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습니다. ■ 3만 5천 건이 보여준 소비 패턴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4일 ‘해외 소셜로 보는 제주 관심 콘텐츠: 음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분석은 2024년 제주 방문객 실태조사에서 ‘음식·미식 탐방’을 주요 여행 고려 요인으로 꼽은 일본·대만·싱가포르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활용된 핵심 지표는 ‘ 버즈(Buzz) ’입니다. 버즈 란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게시글·후기·댓글 등 언급량의 총합을 뜻합니다. ‘좋아요’·‘공유’ 같은 반응 지표와는 다르며, ‘ 1버즈=1게시글 ’ 단위로 해석됩니다. 자료 수집은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포럼 등 개방형 글로벌 플랫폼에서 이뤄졌습니다. 모두 3만 5,979건의 언급을 추출해, 국가별 채널 특성·음식 키워드감성 반응까지 세밀하게 분류·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세 나라 여행객이 제주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소비하는지, 또 어떤 채널을 통해 반응하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한 첫 공식 분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일본 “아이돌이 곧 마케팅 자산” 일본은 3만 2,011건 중 79.8%가 ‘X’에서 발생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음식은 ‘흑돼지’였고 ‘전복’과 ‘케이크’가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돌이 다녀간 식당은 곧바로 ‘ 성지 ’로 소비되며 게시물이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현지 여행객들은 “제주에서 아이돌이 먹었던 흑돼지를 꼭 맛보고 싶다”는 반응을 남겼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장소보다 인물이 소비를 움직인다. 한 장의 사진이 수천 명의 발길을 바꾼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플랫폼을 통해 “제주에 가고 싶다”는 직접적 방문 의사도 다수 확인됐을 정도입니다. ■ 대만 “카페와 귤밭이 만든 체류의 오후” 대만에서는 총 2,880건이 수집됐고, 이 가운데 76%가 실제 ‘여행 후기’였습니다. 주요 채널은 ‘인스타그램’(62.4%)과 ‘유튜브’(17.5%)였고, 다음 ‘X’ 순이었습니다. ‘커피’가 최다 언급, ‘케이크’가 급상승, ‘귤’은 여행 키워드와 결합했을 때 최다 언급되는 음식에 꼽혔습니다. ‘카페’와 ‘귤밭’은 여행을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대만 관광객은 “제주에서는 ‘카페’가 곧 여행지이고, ‘귤밭’은 풍경을 넘어 체험의 일부였다”고 적었습니다. ‘긍정’ 반응 비중은 71%로, 분석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제주의 미식 경험이 체류형 소비를 이끄는 동력임을 입증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리뷰와 신뢰가 결정권” 싱가포르는 1,088건이 ‘X’(23.4%), ‘리뷰’(21%), ‘인스타그램’(18.3%), ‘유튜브’(16.1%)로 고른 채널 분포를 보였습니다. ‘흑돼지’가 최다 언급 음식이었고, ‘치킨’과 ‘해산물’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징은 ‘리뷰’ 채널의 영향력이었습니다. 상위 키워드에 ‘위치’, ‘추천’, ‘감사’가 올라오며 음식 자체보다 여행 전반의 신뢰와 편의가 선택을 좌우했습니다. 싱가포르 소비자는 “가격과 위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남겼습니다. 이는 투명한 정보 제공과 평판 관리가 곧 시장 확대의 조건임을 보여줬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해외 도구로 접근할 수 없는 만큼, 현지 플랫폼 환경에 맞춘 전용 리스닝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빠진 중국, 공백 아닌 과제 다만 외래 관광객 비중이 가장 큰 중국 시장은 이번 분석에서 빠졌습니다. ‘웨이보(Weibo)’, ‘샤오홍슈(Xiaohongshu)’, ‘마펑워(Mafengwo)’, ‘더우인(Douyin)’ 등 자국 플랫폼이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어 글로벌 방식의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광공사 측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해외 도구로 접근할 수 없는 만큼, 현지 플랫폼 환경에 맞춘 전용 리스닝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크롤링(crawling)이나 API 연결 수준을 넘어, 플랫폼 운영사와의 협력, 그리고 라이선스를 보유한 현지 데이터 분석사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서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별도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이번 공백은 대상 누락이 아니라, 제주 관광이 중국 시장을 정밀하게 포착하기 위해 새로 준비해야 할 과제를 드러낸 셈입니다. ■ 생산적 전망 “미식은 시간을 설계한다” 이번 분석은 ‘일본=아이돌 ’, ‘ 대만=카페 ’, ‘ 싱가포르=리뷰 ’라는 뚜렷한 좌표를 남겼습니다. 공통점은 음식이 일회성 소비를 넘어, 머무는 시간과 재방문 의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제주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일본은 아이돌 성지 코스와 연계한 동선 관리, 대만은 카페와 귤밭을 묶은 체류형 상품, 싱가포르는 리뷰 신뢰를 높이는 시스템 설계가 요구됩니다. 여기에 중국 전용 분석이 더해진다면, 제주형 미식 중심의 체류 관광 모델 확립이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국가별 소셜 분석을 통해 외국인이 제주에서 어떤 음식을 기대하고 소비하는지, 또 어떤 채널에서 영향을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미식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략을 정교하게 세워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음식편을 시작으로 체험·활동, 드라마 ‘폭싹속았수다’ 같은 주제에 대한 해외 분석을 순차 공개해 해외 마케팅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제주관광 빅데이터 플랫폼(data.ijto.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09-0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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